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Essay

사진

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.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사진을 좋아했던 듯 싶다. 그런데 그 때는 사진을 자주 찍을 수 있는 기회도 없었고 찍어본 사진도 거의 없다.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사진 찍기에는 더 없이 좋은 상태가 되었다. 내 카메라도 있고 카메라가 디지털이기 때문에 필름처럼 인화할 때의 비용 걱정 없이 그냥 컴퓨터로 옮기고 인터넷에 올리면 사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. 시대의 발전도 빠르고 기술의 발전도 빠르고 카메라의 발전도 빠르다.

그런데 과연 나는 왜 사진을 좋아하는가? 최근들어 문득 의문이 드는 가운데 나는 어느 정도 그 해답을 찾은 듯 싶다. 그 답은 역시 내 성격과 관련되는 것이었다. 나는 뭔가 표현하는 데에 미숙하다. 내 의사를 말로 표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글로 나타나는데에도 능숙치 못하다. 그 점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사진은 편안하다. 찍으면 바로 내가 의도하려 했던 결과가 어느정도 표현되기 때문이다.(물론 전문적, 예술적으로 범위를 넓히면 그 얘기는 달라진다.)그렇지만 사진으로 내 생각을 모두 표현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다. 이 것은 먼저 나의 사진기술의 문제를 들 수 있다.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한 대목이다. 그리고, 결정적으로 나는 좀처럼 세상을 넓게 바라보지 못하고 좁은 틀 안에 가두려 하는 경향이 있다. 나는 성격상 시야, 관점이 그리 넓지 못하다. 그래서인지 가끔 내가 찍은 사진을 볼 때 어딘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뭔가 억지로 끼워넣었다는 생각이 든다. 사진을 찍는데에 있어 늘 아쉬운 부분이다.

요즘 통 사진을 못 찍고 있다. 거의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기 때문에 찍을 소재가 통 없을 뿐 아니라 시간도 잘 나지 않는다. 빨리 이 답답한 시기가 끝났으면 좋겠다. 그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. 카메라와 함께.